의도적인 논리적 오류는 좋은 농담이 된다


 얼마 전 영문과 친구 하나가 영어자막도 안 달린 미국판 DVD를 갖게 되었다면서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한 적이 있다. 같이 있던 나와 내 친구는 그냥 자막없이 보라고 했고 친구는 자신의 영어 실력이 모자라다 했다. 우리는 영문과라면 그 정도는 기본이 아니냐고 했고 친구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나는 그게 기본이 맞다며 다음과 같은 예를 들었다. 국문과 사람 치고 우리말로 된 영화를 자막 틀어놓고 보는 사람은 없더라(물론 청각장애인이라면 예외)!

 물론 이 것은 '영문과 학생은 영어 영화를 자막 없이 볼 수 있다'라는 주장의 정당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 국문과 학생의 우리말 실력은 국문과라는 전공과 큰 상관없이 한국인으로서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능력인데 비해 영문과 학생의 영어 실력은 대체로 학교 공부를 통해 얻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두 언어능력의 습득경로가 크게 다르기 때문에 국문과 학생이 한국어를 하듯이 영문과 학생이 영어를 할 수 있다고 유추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렇듯 근거와 결론이 사실은 별 연관성이 없는 그릇된 추리나 주장은 주변에서 쉽게 발견된다. 이런 잘못된 추리나 주장이 겉으로는 그럴싸해서 읽는 사람들이 잘못 설득되는 경우도 있고 허점이 삐져나와서 반박되는 경우도 있다. 설득하느냐 반박되느냐 하는 문제는 물론 글의 모양새와도 관련이 있지만 읽는 사람의 논리력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헌데 읽는 사람, 혹은 듣는 사람의 능력과 별 상관없이 아무리 봐도 이상한 주장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에 내가 친구한테 한 말이 바로 그런 것이다.

 근거에서, 혹은 근거와 결론의 연결부분에서 정확히 어디가 잘못된지 짚어내는 데에는 생각할 시간이 조금 필요할 지도 모르지만 뭔가 잘못됐다는 사실만큼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뭔가 논증과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은 대체 어디가 잘못됐는지 생각하게 만들고 그 과정을 즐기게 하는 지적인(이라는 말은 여기서는 가치중립적) 놀잇감이 된다. 하지만 만약 말하는 사람이 자기가 하는 말의 어디가 잘못됐는지 모르고, 그게 정말 옳다고 생각하며 뻘소릴 하고 있으면 이건 짜증거리다. 다시 말해 의도적인 논리적 오류는 농담이지만 정말 뭘 몰라서 만들어낸 논리적 오류는 때에 따라서는 여러 사람을 곤란하게 하는 문제다.




 여기까지가 하고 싶었던 말. 다음은 추신;

 나도 뻘소릴 하고 쥐박이도 뻘소릴 하지만 둘이 항상 같지는 않다.

by 염맨 | 2009/01/14 17:59 | 알 수 없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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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1/14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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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귀뚜라미보일러협찬? at 2009/01/14 22:16
아...나만 자막 없이 영화보는게 두려운게 아니였어.....;;;;;;
특히 닥터하우스라는 의학드라마를 볼때는 한글자막으로 봐도 모르겠다는;;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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