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통 안 되지만 어쨌든 시험기간이기도 하고, 폼 잡고 평을 쓸 만큼 무게 있는 영화도 아니고 해서 그냥 단상들만 기록한다.
- 지난 한 달 동안 대화장면 연출과 연기 연출의 대가인 P. T. Anderson님의 전작을 본 직후에 다시 봐서인지는 몰라도 대화장면의 연출들이 정말 아쉬웠다. 특히 차태현이나 박보영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잡을 때는 참... 메가박스 M관이었는데 말이다, 그렇게 잘 생기고 매끈한 얼굴로 스크린을 가득 채워버리면 부담스럽고, 그러면서 밋밋하지 않으냔 말이다. 극장에서 <과속스캔들>을 보기 직전에 샘 페킨파의 서부극 두편, <고원을 달려라>와 <와일드 번치>를 봤는데 이런 데서 사람 얼굴을 클로즈업하면 주름에 때에 피에 땀에, 사람 얼굴로만 스크린을 가득 채워도 전혀 심심하지 않고 볼거리가 가득하다. 그런 걸 보다가 차태현 박보영 얼굴이 메가박스 엠관 스크린을 메우는 걸 보고 있으면 안습이지. 다만 박보영씨는 워낙 예쁘고 매력 있어서 괜찮았지만...
- 헌데 대사로 하는 대화는 별로여도 다른 방법으로 대화를 하는 장면들이 좋다. 현수와 재인이 대판 싸우고 집을 나간 뒤에 라디오로 대화하는 거 말이다. 재인이 갑자기 방송국에 전화해서 "말씀해보시죠"하는 거나, 그 전화가 끝나고서 현수가 "아버지를 다시 찾진 않더라도 꿈은 꼭 이루세요. '미혼모도 하고 싶은거 많잖아요'"하고 재인이 했던 말을 다시 돌려주는 거. 그리고 무엇보다 재인이 마침내 공개방송현장으로 현수를 찾아왔는데 현수가 기동과 제인 모두에게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취소한거 취소하라고만 한 뒤에 재인이 노래를 부를 때 (여기까지 쓰다가 문득 생각났는데, '제인'이냐 '재인'이냐)합창단이 등장하는 거. 아, 현수가 모처럼 마음먹고 아빠노릇을 하며 재인에게 말을 거는데, 그 말을 말로 하지 않고 자기가 준비한 선물로 하는 것이다. 이런 의사소통 방식, 나름대로 참 영화적이고 좋지 않나? 꼭 영화적이어서가 아니더라도 뭔가 잘못은 했는데 수줍어서 대놓고 사과를 못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말 돌려가며 선물 줘가면서 사과하고 마음을 다시 여는 과정. 아아, 좋지 않냐고. 영화 <순정만화>를 보진 않았지만 <과속스캔들>이 그 영화보다 훨씬, 진짜 순정만화들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 박보영 박보영 박보영 박보영 박보영 박보영 박보영 박보영 박보영 박보영 박보영 박보영 박보영 박보영 박보영 박보영 박보영 박보영 박보영 박보영 박보영 박보영 박보영 박보영(복사+붙여넣기 안 하고 다 직접 쳤습니다) 급 호감. 실은 내가 젊은 여배우한테 이렇게까지 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지 않다. 보통 내 가슴 설레게 만드는 배우란 천호진, 와킨 피닉스, 필립 시무어 호프만, 제임스 캐그니, 에드워드 로빈슨, 험프리 보가트 같은 아저씨들이고 프란시스 맥도먼드, 캐시 베이츠 등의 아줌마 예외가 몇 있을 따름이다. 젊은 여배우중에 그 얼굴만 봐도 가슴 설레는 사람은 제니퍼 코넬리 딱 하나밖에 없다. 물론 예쁜 사람들 보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고 영화 속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그런 경우에는 그냥 영화속 캐릭터가 좋은 거지 배우를 사랑하게 되는 일은 별로 없거든. 근데 박보영씨가 좀 예외적. 그한테 카메라를 들이댈 수 있을 때까지 영화를 찍자는 꿈을 꾼다. 몇 편이나 만들고 나면 박보영씨랑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그가 이번 영화로 갑자기 스타가 돼버려서 곤란하게 생겼다. 앞으로 4년동안 7편을 더 제작할 계획인데 그 안엔 힘들겠지?
- 엔딩크레딧에서 주인공들이 밴드를 조성해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직 서사도 끝나지 않은데다 노래를 부르는 것 자체로도 참 신나는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극장에서 불을 먼저 켜버려서 기분이 나빴다. 관객들도 거의 다 앉아서 끝까지 보더만. 난 원래 크레딧을 열심히 보는 편이라 어렵지 않게 찾았지만 같이 보러 간 친구는 그 공연장면만 보다가 크레딧에 올라온 우리 동아리 선배 이름도 놓쳤다.
- 이번 학기는 정말 이상하다는 데에 친구들이 다 동의하고 있다. 중간고사만 해도 정말 체계적으로 공부하며 준비했는데 11월부터 왠지 모든 것이 뒤섞이고 혼란스럽고 집중이 안되더니 기말은 순식간에 다가와버린다. 나와 내 주변 사람들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학교 사람들 모두 그런 것이면 다행이건만.
- 이렇게 기말고사 공부가 통 안 되어 혼란스럽고 우울한 와중에 재미있는 일이 하나 생겼다. 거, 참. 뜬금없는데 아무튼 좋다.
- <피가 흐르리라There Will Be Blood>를 보고 삘 받아서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CD를 샀는데 같이 들어있는 바이올린 소나타에 먼저 반해버렸다. 바이올리니스트 이름이 핀커스 주커만이라는데 소리가 참 날카로워 그야말로 깽깽이다. 근데 참 매력있네.
- 다들(정말로 다들은 아니고 대학생들) 열공 말고 막공!
# by | 2008/12/10 22:43 | 근황 | 트랙백 | 핑백(1) | 덧글(1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않게 등장하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할아버지, 할머니, 뭐 어떤가? 그것을 부정할 이유는 없다!4. 장면은 조금씩 아쉽다. 염맨님 블로그(근황(2008년 12월 10일) - <과속 스캔들>과 관련 있거나 없는 단상들)에서 잘 지적하고 있으나(게다가 내가 뭐 지식이 있는것도 아니고) 자세한 말은 않겠으나 개인적으로는 계속 등장하는 클리셰들이 좀 아쉬 ... more
박보영 만세죠!! >ㅁ<d
- 제가 봤을 땐 관객들도 거의 다 나가더군요...
제니퍼 코넬리가 젊은 여배우인 이유는 본문에도 써놨듯이 그보다 늦게 태어난 사람중에 내 가슴을 설레게 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보영으로 세대교체가 될 것 같다.